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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맨오브라만차 - 행복했던 두번의 여름


  [귀족이지만 가난한 '미겔 드 세르반테스'는 종교재판을 기다리기 위해 지하감옥에 끌려온다. 거기서 다른 죄수들에게 자신의 죄에 대한 변론을 하게 된다. 세르반테스가 가장 익숙한 공연의 형태로..(엔터테인먼트라고나 할까요? ^^) 세르반테스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인 '알론조 키하나'와 '돈키호테'로 연기를 한다. 변론을 하는 공연 중간에 다른 재판으로 끌려가는 죄수로 인해 잠시 숨을 고르지만 세르반테스는 그 시간에도 자신이 직시했던 삶을 변론하고 울부짖는다. 미결되어있던 소설은 즉흥적으로 다시 이어지고 세르반테스의 진실함에 마음이 동요된 죄수들은 종교재판을 받으러 가는 그를 돈키호테와 형제라고 칭하며 힘을 북돋아 주고 그의 뒷모습을 지켜준다.]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읽혀지고 있다는 소설 돈키호테. 그렇지만 성경책도 많이 읽지 않은 날라리 크리스챤인 나는 돈키호테 또한 읽지 않았다. 책보다는 영화, 공연, 뮤지컬이 더 좋은 나니까 뭐..할 말은 없다. ^^; 그래서 돈키호테에 관한 내용을 말해보라면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전부이다. 소설 원작과 뮤지컬이 얼마나 다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공연을 통해 커다란 무언가가 내 가슴속 깊이 자리잡혀 버렸다는 것이다.

  맨오브라만차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말하라면 누구나 똑같이  '꿈'이라고 말할 것이다. 

. 그 꿈이 비록 이룰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하다 할찌라도 온몸 다하여 저 별을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
. 자신을 레이디라고 부르는 돈키호테 덕분에 조금씩 마음이 동했지만 처절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꿈을 갖게 한 돈키호테의 진실한 마음이 가장 잔인하다며 꿈꾸게 하지말라고 소리치는 알돈자.
. 정신나간 노인네 취급을 하는 닥터 까라스꼬와 조카는 돈키호테로 돌아다닌 사실을 악몽이라며 잊으라 한다.
. 흥미로운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는 알론조는 자신을 찾아온 둘시네아로 인해 꿈이 아님을 깨닫고 생의 마지막을 돈키호테로써 마감한다.
. 자신의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더이상 꿈(이상)이 아닌 자신이 바라던 꿈(목표)으로 삼고 자신을 둘시네아라고 말하는 알돈자.



  역대 돈키호테를 맡았었던 배우들은 하나같이 '이 공연은 자기 자신에게 큰 의미를 갖게 하는 공연'이다라고 말한다. 대략 인터뷰 내용을 더듬어 보자면...

. 2005년 초연 류키호테의 류정한은 이번에 다시 돈키호테를 하면서 "2005년도에는 자기가 감당하기 어려운 자기 나이에는 맞지 않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다시 무대에 서게 되어서 기쁘다."
. 2007년 티켓파워를 여지없이 보여주며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조키호테의 조승우는 '맨오브라만차를 보면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었다. 이 공연을 하게 된 것이 기쁘다"
. 2007년 조키호테가 상을 받으며서 한마디 했다. "(정성화)형! 이 상은 형꺼야!!". 2007년 정성화의 재발견이라는 기사제목을 만들어내면서 이번에 당당히 또하나의 티켓파워 류정한과 더블캐스팅이 된 정성화는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음을 감사한다. 영광이다. 이 공연은 연기하는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모두 변화시킬 수 있는 힘있는 공연이다"



  작년을 되집어 보자면..
음..아마 내가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고, 머리를 굴리면서 결혼자금을 위한 적금과 다달이 붓고 있는 보험금등을 계산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아직도 바닥에서 힘든 일 부터 하고 있을지도.... 공연하나 보고 "뭐 그렇게 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이 나같이 얘기했다면 속으로 "오버하기는..."이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니까...그만큼 이 '맨오브라만차'라는 공연은 나에게 이전의 여타 공연들과는 다른 그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년 첫공은 순전히 내가 완소 사랑하는 우리 배우님만 보고 왔다. VIP 티켓을 사서 '돈키호테'가 아닌 '배우 정성화'만 보고 나왔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일부러 내용에 집중을 하려 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를 마음에 담아오려고 했다. 그렇지만 두번째는 무대와 조명 등 공연에 빠져버렸다. 최고의 사운드 시설, 라이브 연주의 김문정 감독과 연주자들, 꽉 찬 무대장치와 장면마다 적절하게 바뀌는 무대(아직도 처음 그 노란 해바라기 밭을 봤을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조명을 이용한 풍차,체스판과 지하감옥 내부의 모습, 나무로 만든 로시난테등...
  아마 작년 정키호테 막공인 세번째 쯤이 되어서야 '꿈'에 대해서 이해하고 가슴에 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신나간 노인네의 허무맹랑한 모험이야와 지하감옥 얘기가 아니라 지금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던지는 그 메세지를...

. 지금 나는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나는 꿈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 그것을 향해 나아갈 용기는 있는지.. 준비는 되어 있는지..


  
  올해는 얆아진 지갑의 압박이 있었지만 그래도 '맨오브라만차'를 놓칠수는 없었다. 현실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할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그 무언가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고 조금이나마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그 공연이 짧은 한달이지만 다시 내 앞에 온 것이다. 비록 나아갈 용기가 없어 또 현실에 안주해 버려 일년간 변화되지 못한 나였지만 그래도 이 공연은 봐야만 했다.   
  올해는 정키호테 첫공 -> 류키호테 -> 정키호테 막공 순서로 공연을 보고 왔다. 작년보다 더욱 세련되고 노력한 1인 3역이 완벽하게 분리되고 또한 하나로 모아지는 정키호테의 이번 두 공연에서는 작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실제 그 공연에 들어가서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돈키호테가...둘시네아가 되어버린 알돈자가...언제나 늘 주인님을 충직하게 모시는 산초가 내 앞에 있었고,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돌아왔다.
  꿈을 향해 나아가고, 꿈을 갖고, 꿈을 같이 이뤄 나가는 이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면 나 또한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증처럼 내 가슴에 쿵!하고 떨어진 이 감동과 지금의 이 기분들이 꿈만 꾸는 나에게 꿈을 주고 그 꿈을 이뤄나가라고 하는 것만 같다. 이 모든 것이 계산적이고 용기없는 나에게 또한 한낱 꿈으로만 남는다해도 내 가슴속에 예전에 없었던 그 무언가가 아로 새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것 같다. 
 
  너무나 아쉬운 한달이 지나갔다. 이 한달동안 나는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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